회사를 그만둔 뒤에야 알았다…더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는걸 매경·예스24 선정 '5월의 책' | 2021년 5월 발행 기사출처 매일경제 지긋지긋한 회사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가. 일이란 무엇일까.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내야 하는 것, 이를테면 산 정상까지 굴려야 하는 바위덩어리 같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사는 이유, 나를 빛나게 하는 훈장 같은 것일까. 하루의 3분의 1을 일에 쏟는데도 막상 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돈이 충분한데도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은 나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이자 성취감과 안정감, 사회적 소속감 등 자존감과 연결돼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여기 정보기술(IT) 대기업에서 일의 묘미를 만끽하다 무기력과 번아웃 증후군에 빠져 결국 퇴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 브랜드 디자인팀에서 근무하던 '소호'와 '모춘' '대오'다. 2013~2014년에 입사한 이들은 회사의 폭풍 성장기를 이끈 초창기 멤버로 야근도 주말도 '즐겁게' 반납했다. 개인도 회사도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기에 일할 맛 나는 짜릿한 기분이 마구 솟구쳤다. 하지만 변화의 기로에서 브랜드 전략에 대한 이견이 불거지며 이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기 시작했다. 공황증세, 편두통, 디스크, 이명증, 고지혈증, 당뇨, 종양 등 각종 질병도 퇴사를 종용했다. 회사 문을 나오고 나서야 일이 무엇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는 없을까. 비즈니스 컨설턴트 테일러 피어슨이 쓴 '직업의 종말'은 그들에게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피어슨은 인간의 핵심 동기를 '돈, 자유, 의미' 세 가지로 요약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경력에서 자유와 의미라는 지렛대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소호와 모춘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은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자유롭고 의미 있게 하는 방법은 찾아보자고 결심한다. 그룹사운드 이름처럼 모빌스라는 회사를 차린 뒤 모베러웍스(Mobetterworks)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알리기 위해 모티비(Mo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모빌스 활동을 기록하고 생각을 보여주는 이 채널은 구독자 4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쨍이'라는 끈끈한 팬덤도 확보했다. 모빌스가 파는 것은 메시지와 개념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자유 노동자 즉 '프리워커스(Free workers)'는 모빌스의 가치관이자 세계관이다.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찾는 주체적인 사람들이 프리워커스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든 혼자든 함께 일하든 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프리워커 여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모빌스가 처음으로 판 메시지는 일명 '아삽'이다. 업무 요청 뒤에 늘 따라오는 '가능하면 빨리(ASAP·As soon as possible)'를 '가능한 천천히(ASAP·As slow as possible)'로 비틀어 웃음을 유발한다. 적게 일하면서 돈은 많이 벌고 싶은 직장인의 속마음을 담은 'Small Work Big Money', 회사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Out of Office', 어젠다 없는 삶을 갈구하는 'No Agenda'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메시지들을 후드 티셔츠나 스티커, 그릇 등에 담아 판다. 구글, 오뚜기, 페이스북 등 대기업과 협업해 제품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브랜드를 어떻게 기획하고 발전시켜 나가는지 그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이지만 절반은 직장인의 애환과 퇴사 후 불안, 창업 초창기의 시행착오가 묻어난 에세이집으로 읽힌다. 그래서일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일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나는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를 되묻게 한다. 결국 일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지만 어쩐지 일을 뼛속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증이 담긴 한 편의 러브스토리 같다.